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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알포, MCI 환자 뇌 위축 지연…인지 기능 개선도 확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에게 콜린알포세레이트를 1년간 투여한 임상 연구에서, 해마를 비롯한 주요 뇌 구조의 위축 속도가 유의미하게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카메리노대학교 프란체스코 아멘타(Francesco Amenta) 교수팀은 지난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7차 세계신경과학회(WCN 2025,World Congress of Neurology)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콜린알포세레이트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뇌 구조 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뇌 보호 효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경과 전문의 최호진 교수(한양대구리병원)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MRI 바이오마커로 뇌 위축 지연을 확인한 것뿐 아니라, 인지·정서 증상 개선까지 함께 관찰됐다는 점"이라며 "구조적 변화와 임상 증상을 동시에 입증한 의미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MRI 기반 분석으로 해마 위축 속도 지연 확인
아멘타 교수팀이 진행한 이번 CARL 연구는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1200mg을 하루 1회, 12개월간 투여한 전향적 임상시험이다. 참여자들은 투약 전후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해마, 대뇌피질, 편도체 등 퇴행성 신경질환과 밀접한 뇌 영역의 용적 변화를 정량 분석받았다.

연구 결과, 콜린알포세레이트를 투여한 환자군에서는 해당 부위의 뇌 용적 감소 속도가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지연됐다. 최호진 교수는 "해마 위축은 MCI 환자가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라며, "12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MRI로 의미 있는 차이를 확인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단순히 인지 기능에 대한 주관적 개선을 넘어서, MRI 기반 분석을 통해 뇌 구조 위축 지연 효과를 확인함으로써 신경 보호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연구로 평가된다. 또한 인지기능뿐 아니라 정서·행동 지표에서도 개선 경향이 관찰되면서,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신경 전달과 세포막에 이중 작용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아세틸콜린의 생합성에 필요한 콜린의 공급원으로, 인지기능 저하를 동반한 환자에게 보조 치료제로 수십 년간 사용되어 왔다. 국내에서는 주로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으며, 뇌 기능 유지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과 세포막 안정성에 동시에 관여하는 이중 작용 기전을 갖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체내에 투여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콜린'과 '글리세로인산'으로 대사된다. 최호진 교수는 "콜린은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해 아세틸콜린 합성의 전구체가 된다"며 "아세틸콜린은 기억, 학습, 주의집중에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특히 많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리세로인산은 신경세포막의 주요 구성 성분인 인지질 합성에 사용되며, 손상된 세포막을 재구성하고 시냅스 안정성을 높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신경전달 기능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세포막 구조를 안정화하는 '이중 작용 메커니즘'을 통해, 단순한 증상 개선을 넘어 신경퇴행성 변화 자체에 작용할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유효성 논란 있지만...전문가 "임상 현실 반영해야"
다만,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과와 임상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이 약물은 2000년대부터 광범위하게 처방되며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됐지만, 대규모 임상 근거 부족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유효성과 급여 적정성을 두고 평가가 엇갈려 왔다.

주요 쟁점의 첫 번째는 플라세보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약효 근거 없이 적응증이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이에 대해 최호진 교수는 "퇴행성 뇌질환은 약효 입증이 원래 어렵고, 인지기능 개선 약제 자체가 매우 적다"며 "임상 현장에서 20년 이상 사용하며 환자와 의료진이 체감하는 효과가 분명한데, 이를 통계 수치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임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두 번째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연구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해당 연구는 뇌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 우선 처방되는 임상 패턴을 통제하지 못한 설계상 한계가 명확하다"며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이 결과를 신뢰하지 않으며, 인지기능 저하 환자에게 여전히 적극 처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적 치료 가능성 주목…치료 전략 다각화 모색
이번 CARL 연구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예방적 치료 가능성에 대한 학계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특히 MCI 단계에서 뇌 구조 변화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관찰 결과가 보고되며, 기존 병용 보조치료제를 넘어선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그간 혈관성 병변이 동반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도네페질의 효과를 보완적 치료 옵션으로 쓰여왔다. 도네페질은 뇌 내 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해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대표적 치매 치료제다.

최호진 교수는 "과거 아스코말바(ASCOMALVA) 연구 등에서는 도네페질 단독요법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병용요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일부 근거가 제시됐지만,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직접적 증거는 제한적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CARL 연구에서는 MCI 단계에서 구조적 뇌 위축을 억제하는 의미 있는 결과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치매 진행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다만 최 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단독으로 치매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규칙적인 운동, 인지 자극, 사회적 활동, 만성질환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레카네맙(레켐비), 도나네맙(키선라) 등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가 승인되면서 치매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이들 약물과의 병용 가능성도 탐색되고 있다. 최 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도네페질과 병용 시 시너지를 보였던 ASCOMALVA(아스코말바) 연구의 결과를 고려할 때, 항체 치료제와의 병용에서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이를 직접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없으며, 향후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MCI 환자 중에서도 항체 치료제의 적응증에 해당하는 비율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보다 넓은 환자군에서 현실적인 치료 옵션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