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온천 '이런 사람'에겐 독 될 수 있다
온천욕은 겨울철 많은 이들이 찾는 휴식 방법 중 하나다. 겨울철 노천탕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밖은 춥지만, 물에 담근 몸은 따스한 느낌'을 즐기기 위해 겨울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겨울철 온천욕은 자칫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는 생명이 위험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당부 된다.
혈액순환 돕는 온천...자칫하면 건강에 악영향
온천수에 물을 담그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노폐물 배출이 원활해진다. 온천욕은 특히 평소 오래 서 있거나 활동량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 하체의 근육을 풀어줘 부기나 통증을 완화하기 때문. 아울러 잠들기 2~3시간 전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긴장이 풀리고, 멜라토닌이 잘 분비돼 숙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효능은 주의 사항과 적정 시간을 잘 지킬 때 얻을 수 있다. 온천에 너무 오래 있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 유의하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목욕탕이나 온천에서 갑자기 일어날 때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핑 도는 경험을 해본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는 온도의 변화로 혈압이 급격히 변하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옷을 벗으면 추위에 노출돼 혈압이 상승하고, 따뜻한 물에 들어가면 혈관이 확장되어 혈압이 급격히 저하된다. 다시 물 밖으로 나와 찬바람을 맞으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한다. 이렇듯 온천에 들어가기 전·후에는 혈압이 크게 변동하면서 혈관에 부담을 주고, 어지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온도차로 인한 급격한 혈압 변화는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이를 '히트쇼크(heat shock)'라고 한다. 히트쇼크는 실신, 심근경색, 뇌경색을 일으켜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고령자이거나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히트쇼크의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온∙시간 신경 써야 안전한 온천욕할 수 있어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압이 급격히 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의 온도를 높여주고, 이후 따뜻한 물을 몸에 조금씩 뿌리며 몸을 적응시킨다. 탕에 들어갈 때는 심장에서 먼 손이나 발부터 온도에 적응한 후, 단계적으로 천천히 몸을 담가야 한다.
물에 너무 오래 있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입욕은 1회 10~15분, 1일 2회 정도가 적당하다. 특히 평소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장시간 온천욕 시간에 주의해야 한다. 장시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피부가 더 건조해지면서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 특히 평소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이들은 피부의 지질막이 얇아 더 건조해지고,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하이닥 피부과 상담의사 이상민 원장(아이러브피부과의원)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입욕하거나 온천, 찜질방 등을 피하는 것이 좋고, 목욕도 가급적 오래 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혹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온천욕을 한 경우에는 물에서 나온 직후 바디로션 등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혈압 변동에 주의해야 하는 고령자와 만성질환 환자는 심장이 완전히 잠기지 않도록, 명치 아래 부위까지만 담그는 것이 좋다. 온천을 마친 후에는 물기를 서둘러 닦고 옷을 최대한 빨리 입어 체온이 급격히 식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온천 이용을 자제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상처가 났거나 습진이 심해 진물이 나는 사람들이다. 이 경우 물이 닿으면 상태가 악화되거나 이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하이닥 외과 상담의사 나은종 원장(시원외과의원)은 "예를 들어 피부가 벗겨지는 2도 화상의 경우 벗겨진 피부 내측으로 감염이 진행될 수 있다"면서 "온천물은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물이니 깊은 상처가 있는 경우 가급적 온천욕을 삼가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도움말 = 이상민 원장(아이러브피부과의원), 나은종 원장(시원외과의원)